특별한 이유 없이 담배를 끊었더니 음식맛이 새롭습니다
뭘 먹어도 신기하고 신선하고 감동적이기 까지 합니다
곧 고등학생이 되는 재혁이와 디마떼오를 가기로 한 날
memil님과 먼저 집을 나섰습니다, 디마떼오 알마이스 피자보다 멸치국수가 더 먹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북악에서 내려오는 길, 금왕돈까스나 성대앞 카레집, 혹은 디마떼오만 다니느라 그냥 지나치곤 했지만
김용옥 선생님도 간식으로 드신다는 그 맛있는 멸치국수집
입구는 비좁고 작아서 걷다보면 모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가지런한 계단 열 몇개를 내려가서 커다란 유리문을 옆으로 밀어 열면 거기가 바로 멸치국수 맛있는 집, 미정국수집이지요
두리번 거리지 말고 곧바로 입구 쪽에 서있는 주문용 자판기로 가서
순서표가 가르쳐주는대로 주문하고 돈을 집어 넣거나 카드를 긁어 결재를 합니다
멸치국수 보통 3000원, 곱배기 3500원, 주먹밥 1000원, 사리 500원, 삶은달걀 알당 500원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종업원에게 주문표를 건네고 기다리면 5분안에 주문한 음식이 나옵니다
복잡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보통의 성인 남자는 곱배기 먹으면 아쉽지는 않을 것 같고
보통의 성인 여자도 보통 먹으면 거북스럽지 않을 정도 되겠습니다
내 손으로 가져다 먹어야 하는 김치는 그리 허접하지 않고
소독된 물컵도 비교적 깔끔합니다
몇 개 안되는 식탁이며 젓가락이며 나름 정갈합니다
바닥에 고추가루 몇 개 남을 때까지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재미삼아서 주먹밥은 필수지만 사리와 멸치국물에 삶은 달걀은 알아서들 드시기를
아!!!!! 다 먹고 나면 빈 그릇은 잘 챙겨서 노란색 유니폼 종업원에게 반납해야 합니다
나이를 먹다보니 살아가는 일이 뭐 크게 놀랄 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는 듯 해서
놀라거나 감동할만한 일을 만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정국수집의 멸치국수는 약간 놀랍고 다소 신선하고 조금은 감동적입니다
그래도 이 집 멸치국수가 최고일 수 없는 것은
아니 겨우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memil님과 함께 재혁이 온조 데리고 집에서 끓여먹는
멸치와 큼직한 다시마 조각 넣고 우려낸 육수에 말아먹는 국수가
이 세상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간식 삼아...간식 삼아...간식 삼아...
점심 먹고 또 먹어 되는...^^